미니멍 / 김진아

미니멍 스토리

1 | 첫 번째 멍은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요.

멍-하니 걷다보면 어느새, 아는 길에서도 삼천포!

멍때리는 당신을 순식간에 새로운 길로 인도합니다.

그러니 부디 가끔은 당신만의 진정한 여행에 데려가 주세요.

2 | 두 번째 멍은 깊게 멍때리는 것을 좋아해요.

가끔 눈치 없이 깊은 멍을 때려버려서 잔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멍이기에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답니다. 

3 | 세 번째 멍은 배고플 때 멍때리는 것을 좋아해요.

잘 구슬러서 식탁에 앉혀 놓는다 해도, 상대방이 메뉴를

고를 때까지 또 멍을 때린답니다. 선택 장애 주인을

만나게 된다면, 자신과 함께라면 틀림없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게 될 거라고 전해달라네요. 

4 | 네 번째 멍은 변기 위에서 멍때리기를 좋아해요.

가끔 큰 일 보러 갈 때 데리고 가 주신다면

굉장히 행복한 표정으로 멍때리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추신: 무작정 함께 멍 때리다가는 큰 병을 얻으실 수 있으니

가끔씩만 데려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5 | 다섯 번째 멍은 자고 일어나 한참동안 멍때리기를 좋아합니다.

이 멍은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 곧바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함께 멍때린다면, 

혼자가 아니기에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추신: 지각과 같은 부작용을 작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6 | 여섯 번째 멍은 훔친 멍을 모아 오-래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해요.

멍을 너무 자주 혹은 오래 때리시는 분이라면 이 멍을 추천합니다!

주인님만을 위한 괴도 루팡멍이 되어, 

당신의 멍을 언제라도 훔쳐드립니다. 

7 | 일곱 번째 멍은 물구나무서서 멍때리는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세상도 거꾸로, 나도 거꾸로, 주인님도 거꾸로...

데려가 주신다면, 주인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창의적인 멍을 때리게 돕겠다고 자신하네요.

8 | 여덟 번째 멍은 식후 멍을 즐깁니다. 

자주 듣는 말은 ‘먹고 누우면 소 된다’ 이지만, 

아직까지 소가 되어버린 적은 없다고 하네요.

멍을 너무 많이 먹이시면, 갑자기 거실 한복판에 드러눕는

여덟 번째 멍을 발견하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9 | 아홉 번째 멍은 TV앞에서 멍때리기를 좋아합니다. 

화면을 보는 건지 그 앞의 공기를 보고 있는 건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홉 번째 멍은 TV를 매우 좋아합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고 매번 잔소리를 들어도

듣고 있는 건지 아닌지, 멍-하다고 하네요.

10 | 열 번째 멍은 지하철 사람들 틈에 끼어서 멍때리기를 즐깁니다.

어쩌면 변태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열 번째 멍은 사람이

꽉 들어찬 만원의 지하철에서 아득한 느낌으로 멍때리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출, 퇴근 길 지옥철 틈바구니에서 36.5℃의

미지근함와 공기부족을 느끼며 멍때리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네요.

11 | 열한 번째 멍은 나갈 준비를 마치고 멍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기쟁이인 열한 번째 멍을 만나려면 약속시간을 훨씬 일찍 

알려주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멋지게 꾸미고 난 뒤에도 번번이 

멍때림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귀차니즘의 소유자를 주인으로 모시고 싶다고 하네요.

12 | 열두 번째 멍은 반려동물과 함께 멍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멍은 동물을 사랑합니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친구가 있는 

주인을 만나 주인 없는 시간을 함께 멍때리고 싶다고 하네요.

엉덩이 부분에 달린 꼬리는 기분이 아주 좋을 때 관찰하면 

미세하게 움직이기도 한답니다.

13 | 열세 번째 멍은 생각중인척하며 멍때리기를 좋아합니다.

깊은 생각의 소유멍인 열세 번째는 철학적인 대화 나누기를

즐깁니다. 함께 깊은 생각에 빠져 한참을 조용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생각하는 척 멍때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4 | 열네 번째 멍은 항상 놀라서 멍때리고 있습니다.

민감한 청력을 가지고 있는 이 멍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멍을 때립니다. 

가끔, 멍 때리기 위해 놀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죠.

15 | 열다섯 번째 멍은 ‘까먹었네!’ 하며 멍때리는 것을 즐깁니다.

어쩌면 싫은 기억을 일부러 망각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일정도입니다. 사실 무언가를 다시 기억해 내려고 

멍때리는 것도 아닌듯합니다.  가끔 주인이 누군지조차 

깜빡 하기도 하지만, 그게 매력이라고 말해 줍시다.

16 | 열여섯 번째 멍은 자포자기하고 멍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늦잠 잤을 때, 먹고 살기 힘들 때, 난관에 부닥쳤을 때!

이 멍과 함께라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냥 포기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잠시 동안은 쉴 수 있겠지요.

17 | 열일곱 번째 멍은 ‘박애주의멍’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별명처럼 넘쳐흐르는 사랑을 가진 이 멍은 짝사랑이 취미이자, 

고백이 버릇입니다. 사랑에 목마른 주인을 만나게 된다면, 

자신을 다 바쳐 평생 그 사람만을 위해 멍 때릴 거라고 하네요.

약간 느끼하지만, 진실 되어 보이네요.

18 | 열여덟 번째 멍은 눈 뜬 척 하며 멍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실 지금도 눈을 감고 있지요. 지금 보고 계신 눈은 사실

자신의 눈을 본떠 만든 가짜입니다. 지루한 수업이나 잔소리 등, 

어느 상황에서든 가짜 눈을 달고 멍때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도 이 멍이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이 멍이 눈을 뜨는 날 세계가 멸망한다.’ 는 루머까지 있답니다. 

19 | 열아홉 번째 멍은 경청하는척하면서 멍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커플의 데이트에서 자주 목격되곤 합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의 밀어에 집중하는 듯, 다소 진지한 표정이지만

듣고 있는 상대방이 때리는 멍을 훔치러 온 것일 뿐이므로

진지하게 보여도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0 | 스무 번째 멍은 음흉한 상상과 함께 멍때리기를 좋아합니다.

멍들은 멍때리는 버릇에 의해 외형이 변화합니다. 

상의만 입고 있는 건지 하의만 입고 있는 건지 애매한

모습의 스무 번째 멍은 어딘가 야시시해 보입니다.

지금도 꽤 깊고 다크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본인만의 멍때림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이네요.

20*25*15, 솜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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